20년 전, 엄마가 꾼 꿈이랑 일본에서 내가 직접 본 것
벌써 20년 전 얘기인데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 경험담이 있어서 적어봄
엄마가 꾼 꿈 이야기랑 내가 직접 본 걸 같이 풀어볼 생각임
엄마도 나도 신기 같은 건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음
근데 이상하게 그 무렵 둘 다 신기한 일을 겪었음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꿨다는 꿈 얘기부터 시작함
그리고 일본에서 살 때 내가 직접 본 것까지 적어봄
1 — 엄마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꿨다는 꿈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음. 하루는 엄마가 이상한 꿈을 꿨다고 했음. 엄마와 나 둘 다 신기 같은 건 전혀 없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는데, 그 꿈만큼은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음. 꿈속에서 엄마는 언덕 같은 곳에 앉아있었는데, 언덕 너머에 철창 같은 게 있었다고 함. 우리나라랑 북한 사이에 있는 그런 철창 같은 거였다고 함. 근데 그 철창 너머에 강이 하나 있었는데, 아저씨에서 할아버지뻘 되는 남자 두 명이 그 강을 경주하듯 건너고 있었다고 함.
2 — 꿈속에서 본 강 건너기 경주
엄마가 자세히 보니 한 명은 강을 헤치면서 무지 빠르게 가는데, 다른 한 명은 진짜 허우적거리면서 느릿느릿 건너고 있었다고 함. 신기해서 더 가까이 보려고 철창 쪽으로 다가가 넘어가려 했는데, 그 순간 어떤 남자가 나타나서 여기 들어가면 안 된다며 엄마를 밀어냈다고 함. 그러고 엄마가 꿈에서 깼다고 함.
3 — 꿈을 꾸고 얼마 안 가 벌어진 일들
근데 그 꿈을 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음. 그리고 친할아버지는 사고를 당해서 한참을 끙끙 앓으셨는데, 주위 사람들이 돌아가시네 안 돌아가시네 하면서 계속 아프시다가, 내가 6학년 때 해외에서 잠깐 살았을 때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음. 엄마가 나한테 이 꿈 얘기를 해준 건 한참 뒤 중학교 때였고, 그때 듣고 그냥 좀 당황했던 기억이 남음.
4 — 일본에서 살던 시절, 구몬 교실을 다니던 날들
여기까지가 엄마 얘기고, 다른 것도 많지만 이것만 적어봄. 여기서부터는 내가 직접 겪은 얘기임. 난 어릴 때부터 뭔가 헛것을 많이 보는 편이었음. 엄청 자주 그랬음. 헛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헛것이라고 믿고 싶었음. 앞서 말했듯 그 무렵 일본에서 잠깐 살았는데, 거기서 그 유명한 학습지 구몬을 했음. 근데 일본은 특이하게 구몬 하는 곳으로 직접 가서 학습지를 풀고 와야 했음. 꼭 학원 다니듯이 매번 교실까지 가서 풀고 돌아오는 방식이었음.
5 — 어두운 골목을 자전거로 가로지르던 밤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학습지 교실에 갔다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푸는 데 오래 걸렸음. 그렇게 열심히 풀다가 나오니까 밖이 완전히 깜깜해져 있었음. 근데 집에 가려면 되게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야 했음. 자전거로 쌩쌩 달리면 금방 갈 수 있으니까, 무섭지만 참고 페달을 있는 힘껏 밟으면서 골목을 달렸음.
6 — 볼록거울 밑에서 본 것
그 골목에는 사잇길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 다른 자전거랑 부딪히지 말라고 볼록거울이 하나 세워져 있었음. 근데 그 거울 밑에서 뭔가를 봤음. 지금까지도 너무 또렷이 기억나서 가끔 무서워짐. 내가 본 건 5~6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는데, 영화 주온에 나오는 그 꼬마애처럼 생긴 아이가 옷도 안 입고 쪼그려 앉아있었음. 빛을 받아서 그런 건지 자체발광인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하얗게 빛나고 있었음.
7 — 뒤돌아보니 사라졌다가, 길 한가운데 서있던 아이
너무 놀라서 자전거로 그 애 옆을 휙 지나쳤는데, 너무 빨리 지나가서 어 하면서 뒤를 돌아봤음. 근데 그 아이가 앉아있던 자리엔 없었고, 대신 자전거 뒤쪽 길 한가운데에 서서 날 쳐다보고 있었음. 진짜 너무 무서워서 집까지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아서 갔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도 내팽개치고 숨어 들어갔음.
8 — 베란다에서 훔쳐본 골목길, 아무도 없었음
그러고 잠깐 베란다에 나가서 그 길을 몰래 훔쳐봤음. 우리 집에서 그 골목길이 내려다보였는데, 아무도 없었음. 정말 아무도. 그렇게 한참을 베란다에 서서 숨죽이고 지켜봤는데 끝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음. 그 뒤로도 가끔씩 그렇게 헛것을 보곤 했는데, 이거 말고도 겪은 게 많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유독 이 두 가지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서 적어봤음.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때 본 게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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