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한번도 안 타본 상태로 시작한 배달 알바 사고뭉치 흑역사

 방학 시즌 되니까 그 시절 배달 알바 생각이 나서 옛날 얘기 하나 풀어봄


오토바이 한번도 안 타본 상태로 무작정 배달 알바를 시작했음


첫날부터 브레이크 잘못 잡아서 담벼락에 그대로 꼴아박았음


추월하다 그렌저랑 부딪혀서 영화 한 장면처럼 바닥을 굴렀음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드리프트 치다가 머리를 열 번 넘게 바닥에 박았음


그것 말고도 사고란 사고는 다 겪은 배달 알바 흑역사임


1 — 오토바이 한번도 안 타본 내가 시작한 배달 알바


방학 때 알바를 한번도 안 해본 적이 없어서 막노동부터 호프집, 피시방, 배달, 패스트푸드점, 백화점까지 웬만한 건 다 해봤음. 그중에서도 오토바이를 타본 적 없는 상태로 선택한 게 배달 알바였음. 남자는 이것저것 다 해봐야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음. 사장님이 오토바이 타본 적 있냐고 물어서 솔직하게 제주도 놀러 갔을 때 우도에서 스쿠터 1시간 타본 게 전부고 오토바이 배달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말했음. 안 쓸 줄 알았는데 사장님이 좋게 봤는지 오늘부터 일하라고 했음. 사모님은 배달도 많고 바쁜데 생초보를 왜 쓰냐고, 가르치는 것도 일이라고 처음엔 별로 안 좋아했음. 사장님한테 간단한 조작법, 기어 넣는 법과 빼는 법만 배운 뒤 사장님은 배달을 나갔음. 면허도 있고 남자고 균형감각도 웬만큼 있어서 자신 있었음.


2 — 첫날부터 브레이크 잘못 잡아서 꼴아박은 사고


가만 보니 브레이크가 한 개밖에 안 달려 있어서 스쿠터는 양쪽 다 달려 있었는데 왜 하나뿐인지 의아해하며 살포시 타고 1단 기어를 넣고 살짝 당기는 순간 엄청난 스피드로 돌진했음. 1단이 초반 스타트 힘이 워낙 강하고 생초보한테는 그렇게 느껴졌던 거였음. 몸이 완전 경직된 상태로 너무 놀라서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손잡이를 당긴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잡아서 오토바이가 덜덜덜 하면서 계속 전진했고 그대로 담벼락에 꼴아박았음. 너무 소리를 질러서 사모님이 나와 괜찮냐고, 일단 시동부터 끄라고 하고 안정시킨 후 진지하게 계속할 수 있겠냐고 물었음. 나중에 사장님이 오고 나서야 브레이크가 발에도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게 됐음. 그 뒤로는 1단 출발은 웬만해선 안 하고 2단 출발만 했는데, 1톤 트럭이 2단 출발하는 거랑 비슷한 개념이었음.


3 — 추월하다 그렌저와 부딪힌 사고


하루에 수많은 배달을 하면서 오토바이 타는 게 능수능란해지고 웬만한 배달 포스가 나올 때쯤, 1차선 동네 골목에서 배달 가다가 앞차가 너무 늦게 가길래 오른쪽으로 추월을 시도했음. 원래 차는 왼쪽으로 추월하는 게 정석이지만 갓길에 주차된 차량도 많고 중앙선 넘었다가 마주 오는 차에 치일까 봐 오른쪽으로 추월을 했음. 근데 그 차가 옆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갑자기 우회전을 했음. 엔진 소리도 크고 분명 뒤에서 추월하려는 걸 알았을 텐데도 그냥 들이미는 느낌이 들었음. 브레이크를 모두 잡으면서 피하려 했지만 자동차가 서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전진했기에 그대로 박았음. 그렌저 차량이었는데 오른쪽 앞 라이트 쪽에 오토바이 왼쪽 측면이 충돌된 상황이었고, 다리라도 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음. 영화 한 장면처럼 바닥으로 뒹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달 가던 음식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뒹굴고 있었음. 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들고 일단 오토바이부터 세웠음. 몰려든 사람들이 학생이 힘들게 알바하는데 다쳤으면 어떡할 거냐고 다들 편을 들어줬음. 괜찮다고, 크게 안 다친 것 같다고 했는데 그렌저 차주는 경찰 부르자고, 보험도 다 되어있다고 했지만 사장님이 걱정할까 봐 경찰까진 부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음. 굳이 따지면 1차선 도로에서 추월을 시도하다 난 사고라 원인 제공은 본인 쪽이었지만, 자동차는 강자고 오토바이는 약자라 사고 나면 오토바이가 거의 무조건 불리해짐. 동네 사람들이 깽값 물 수도 있는데 착하다고 하고 그냥 가려는데 오토바이 기어가 안쪽으로 휘어져 있어서 출발이 안 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사장님을 불렀음. 며칠 지켜보다가 몸에 이상 있으면 말하라고 했고 결국 이상이 없어서 오토바이 수리비 및 음식값 위로비로 10만 원을 받았음.


4 — 마을버스 때문에 넘어진 신호 사고


그 뒤로는 신호도 잘 지키며 다녔음. 오토바이가 자동차들 옆으로 미꾸라지처럼 지나가서 제일 앞에 서는데, 자동차 뒤에 서있으면 매연이 장난 아니라 큰 사거리에서 맨 앞에 신호 대기하다가 신호가 떨어져서 출발했는데, 마을버스가 주황불에서 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자기까지만 지나가려고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왔음. 그래서 출발하다가 놀라서 당긴 상태로 브레이크를 잡아 처음 담벼락에 꼴아박을 때처럼 덜덜덜 앞으로 가다가 추하게 넘어졌고 발목도 까졌음. 일어나서 신호등을 가리키며 내 신호라고 버스 아저씨한테 수신호를 하니까 버스 안 아저씨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알았으니까 빨리 가라고 그랬음. 그 버스는 정지선을 한참 넘어서 정지한 상태였고, 그 버스랑 추돌할까 봐 자빠진 건데 빨리 가라고 짜증 내니까 열받았음. 그 버스만 아니었으면 다치지도 않았고 넘어지게 한 원인을 제공했으니 버스회사에 따져서 치료비 받아낼까 하다가 아버지뻘 되는 나이의 분이라 그냥 절뚝거리며 갔음. 지금도 비만 오면 그때 다친 발목이 쑤신다고 함.


5 —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드리프트 사고


오토바이 배달하면서 비 오는 날이 엄청 힘든데, 80키로 이상 달릴 때 비 맞으면 아프다는 건 안 타본 사람은 모를 거임. 우의 입고 장화 신고 배달하는데 비 오는 날 특히 배달이 더 많았음. 배달하다가 발쪽에 있는 뒷브레이크를 잡으면 커브 돌 때 간지 나게 드리프트가 됐는데, 그렇게 장난 좀 치다가 새로 건설된 아파트로 배달을 갔음. 새로 지은 아파트는 무조건 지하주차장을 통해 위로 올라가게 되어있는데 주차장 바닥이 미끄러워서 여기서는 드리프트가 더 잘되겠다 싶어 50키로 이상으로 달리다가 핸들을 살짝 돌리고 뒷브레이크를 잡았다가 정말 죽을 뻔했음. 오토바이가 45도로 확 휘면서 쭉 미끄러졌고, 오토바이는 십여 미터 밀려나가고 몸은 바닥에 내팽개쳐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열 번 넘게 쿵쿵 박으면서 굴렀음. 헬멧 안 썼으면 정말 크게 다칠 뻔했음.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서 바닥에서 한참 아파하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느끼고 여기서 이래봤자 시간 낭비구나 싶어 일어났음.


6 — 그 외에도 끊이지 않았던 잔사고들


놀이터 모래밭에서도 가다가 자빠지고, 높은 인도 턱 올라가려다 자빠지고, 비 엄청 오는 날 지하터널에 들어갔다가 물이 무릎까지 차있어서 영화 한 장면 찍기도 했음. 밤에 배달하다가 아파트 후문으로 들어가려다 동수 확인하느라 위를 쳐다보다가 후문에 차 못 들어오게 쳐놓은 쇠사슬을 못 보고 꼴아박아서 핸들이 안 돌아가 고장 나기도 했고, 밤에 엉뚱한 집으로 배달 가서 사람들 깨우기도 하고, 빌라 밀집지역 위치를 몰라서 주변 부동산이며 치킨집 피자집에 들어가 지도 보고 10분이면 갈 배달을 30분씩 걸리기도 했음. 그야말로 사고뭉치였음.


7 — 고속도로까지 타버린 길치 사건


자동차 운전할 때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모든 길은 이어져있다는 이론을 철저히 무시하게 된 사건도 있었음. 장거리 배달 2개를 나눠서 배달하던 중 하나를 배달하고 두 번째 거 배달 가는데, 원래 세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야 가는 길을 두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해도 길이 나오겠지 하고 들어갔다가 고속도로가 나오는 바람에 뒤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배달 오토바이가 그대로 고속도로에 올라탔음. 완전 개쪽팔리고 사람들이 저놈은 얼마나 빠르게 배달하려고 고속도로 탔을까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음. 그렇게 주문한 지 1시간 만에 배달을 마쳤음.


8 — 배달의 신 경지와 음주단속 신호위반 적발


배달 2달 정도 하고 나니 이제 배달의 신 경지에 접어들었음. 어느 정도 먼 거리도 배달을 갔고 사거리의 신호란 신호는 다 외웠고 신호등 신호는 철저히 무시하게 됐음. 신호등과 인도에서는 순한 자전거로 변신하고 차도를 달릴 때는 차선 하나를 다 잡고 나도 자동차로 변신해서 달렸음. 목적지까지 최고 빠른 골목길과 우회전으로만 갈 수 있는 최단거리 배달 경지까지 이르렀을 때, 원래 큰 사거리에서는 죽을까 봐 신호를 무조건 지키는데 새벽이라 차들도 별로 없고 다른 신호였지만 지나가도 안전한 상황이고 그다음이 자기 신호라서 신호위반을 하고 갔음. 그래서 사거리를 지나 코너를 도는 순간 경찰차 4대가 삐뽀삐뽀 하며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고, 모든 경찰의 주목을 받으며 잡혔음. 차가 와야 되는 신호가 아닌데 오토바이가 혼자 오고 있으니까 신호위반한 걸 딱 눈치챈 거였음. 다행히 신호위반하지 말라고 경고만 받고 벌금은 안 물었음.


9 — 배달하는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


황당한 경험 다 적으려면 아직 멀었지만 회사라서 이제 일해야 될 것 같음. 배달하는 모든 분들 요즘 같은 날씨 정말 춥고 진상 손님도 많고 위험한데 정말 수고 많다고 화이팅 전하고 싶음. 그리고 이 글 읽으신 분들은 주문하고 10분도 안 돼서 왜 아직 안 오냐고 하지 좀 말았으면 함. 주문하고 음식 만드는 데 10분 잡고 거리와 교통상황, 배달자 상황에 따라 10~20분 평균 걸리는데 보통 배달은 30분 잡음. 계속 왜 안 오냐고 따지고 취소한다고 그러면 배달자보고 신호위반 하면서 초고속으로 오라는 소리밖에 안 되고, 그러다 사람 죽음. 아무리 배고파도 30분은 기다려주면 좋겠음. 배달할 때 엄마랑 짜장면 시켜 먹는데 10분 좀 지났을까 왜 아직도 안 오냐고 전화해서 취소시켜버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땐 저도 모르게 발끈했음. 아무튼 대한민국에 오토바이 타시는 모든 분들 안전운전 하시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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