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간 집에서 귀신 넷과 살았다는 친구 이야기

 친한 친구가 들려준 소름 돋는 귀신 이야기임


이사한 첫날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보름 만에 일이 터졌다고 했음


가위눌린 채로 애기 귀신이 몸 위에 올라타 있는 걸 봤다고 함


무속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냄새난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함


부적을 넣어놔도 며칠 뒤엔 더 심하게 시달렸다고 함


근처 여고에 떠돈다는 귀신 소문까지 겹쳐서 그해 여름이 유독 흉흉했음


1 — 수능 앞둔 장마철, 반에서 시작된 귀신 이야기


졸업생인데 고3 때 있었던 일임. 수능 대비하느라 다들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일 때였고 계절은 여름, 장마철이었음. 비 때문인지 교실이 어둡고 습해서 분위기가 꽤 음침했는데, 그날따라 들어오시는 선생님마다 수업은 안 하고 앞자리 애들이랑 얘기만 하셨음. 저도 친한 친구들이랑 그 모습 보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는데, 반에 꼭 한 명씩 있는 이야기 잘하는 친구가 있었음. 그날도 연예인 성형 얘기 하다가 당시 나왔던 공포영화 얘기까지 흘러갔는데, 평소엔 이런 얘기에 시큰둥하던 그 친구, 모양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더니 헬쑥해진 표정으로 운을 뗐음. 야, 내 그런 일 있었어. 잔뜩 굳은 표정이 심각해 보여서 다들 그 친구한테 시선을 집중했음.


2 — 이사 첫날부터 들리던 이상한 소리


모양은 새집으로 이사한 지 한 2년쯤 됐다고 했음. 원래 기가 약한 건지 어릴 때부터 헛것이 잘 보여서 부모님이 약도 많이 달여 먹였다고 했고, 그것 말고는 딱히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고 함. 근데 새로 이사한 집에서 일이 터졌음. 이사간 첫날 밤, 대충 정리하고 자기 방에서 자는데 뭔가 내려찍는 소리, 사부작대는 소리, 누가 질질 끌려다니는 소리 같은 게 희미하게 들렸다고 함.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뒤척이다가도 그냥 잘 잤는데, 그날부터 며칠간 그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리더니 이사간 지 보름도 안 돼서 일이 벌어졌다고 함.


3 — 벽에 머리를 찧던 그림자


어느 날 밤 그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모양이 졸린 눈으로 방을 휙 둘러보다가 다시 누웠는데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함. 방 구석에 길쭉한 그림자가 벽을 보고 뒤돌아 서 있는 걸 본 거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자는 척하며 실눈을 뜨고 상황을 살피는데, 매일 밤 들리던 그 소리가 또 들렸다고 함. 뭔가 퍽퍽 벽을 내리치는 소리였고, 그 소리는 정확히 그림자가 있는 자리에서 났다고 함. 실눈을 뜨고 자세히 보니 길다란 검은 머리에 더러운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벽을 보고 서 있었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벽에 머리를 들이박기 시작했다고 함. 밤마다 들렸던 그 찍어대는 소리의 정체였던 거임. 너무 무서워서 비명도 못 지르고 눈을 꼭 감고 벌벌 떨었고, 그 소리는 한참 동안 계속됐다고 함. 다음 날 아침 부모님께 얘기했지만 그런 소리 못 들었다며 악몽 꾼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셨다고 함.


4 — 거실에서 자던 날 겪은 가위눌림


그날 저녁 모양은 방에서 자기 싫어서 거실에서 부모님이랑 티비 보다가 선풍기 틀어놓고 같이 자기로 했다고 함. 자던 중에 옆에서 부모님이 계속 두런두런 얘기하는 소리에 조금씩 깼는데, 가자, 나 너무 추워 저거 끄면 안 돼, 그냥 놔둬, 너무 춥단 말이야 하는 대화가 들렸다고 함. 평소와 다르게 애교 섞인 말투라 웃으면서 듣다가 목소리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고 함. 근데 이 애는 왜 밖에서 자는 거야 하는 말이 들린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려 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함. 눈앞에는 처음 보는 아이가 자기 몸 위에 마치 의자 삼아 앉듯 올라타 있었는데, 눈은 퀭하고 입술이 짓눌린 흉측한 모습이었다고 함. 할머니 얘 깼어 라는 말에 눈을 돌려보니, 팔 한쪽이 없어 소매가 너덜너덜하고 몸이 축 늘어진 할머니 형상이 서 있었다고 함. 그 할머니가 애기 귀신을 잡아끌며 가자고 했는데, 싫어 가기 싫어 나 얘가 좋아 하며 안 떨어지려 하자 할머니가 크게 화를 내면서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원래 부모님 방으로 데려갔다고 함. 가기 싫다고 비명 지르는 그 소리가 어찌나 처절했는지 가위 눌리는 내내 눈물이 났다고 함. 그때까지 진짜 부모님은 옆에 안 보였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모님이 밤새 숨을 제대로 못 쉬고 땀을 뻘뻘 흘리는 자신을 보고 놀라서 땀을 닦아주고 계셨다고 함. 그제야 엄마도 어젯밤에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하셨고, 며칠 뒤 가족들이 화장실 문지방에서 아무것도 없는데 넘어지는 등 꺼림칙한 일이 이어지자 엄마가 용하다는 무속인을 찾아갔다고 함.


5 — 무속인이 알아챈 냄새


그 무속인은 엄마를 보자마자 이게 무슨 냄새냐면서 말도 안 했는데 이사를 잘못 갔다고 손사래를 쳤다고 함. 며칠 뒤 그 무속인이 실제로 집에 왔는데, 집 입구에서부터 냄새난다고 소리를 지르고 들어와서는 숨을 못 쉬겠다며 화를 냈다고 함. 정작 모양 본인은 아무 냄새도 못 느꼈다고 함. 무속인이 집 안을 딸랑이를 흔들며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가족을 쳐다보더니 모양을 보고 귀신들이 좋아하겠다며 히죽 웃었다고 함. 소름이 돋아서 엄마한테 꼭 붙어 있었다고 함. 그날 저녁 무속인이 집을 돌아다니며 소리 지르고 딸랑거린 뒤 부적을 내줬고, 그걸 그날 저녁 집 곳곳에 붙이고 베개에도 넣고 잤다고 함. 그날부터는 정말 걱정 없이 잘 잤다고 함.


6 — 다시 시작된 소리와 욕설을 퍼붓는 귀신


근데 보름쯤 지나니 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함. 미친 듯이 내리찍어대는 소리, 사부작거리는 소리, 뜨거워 뜨거워 하며 지르는 비명, 애기 귀신 우는 소리까지 겹쳐서 너무 무서워 이불 뒤집어쓰고 죽은 척 밤을 새웠다고 함. 그날 밤부터는 계속 가위에 눌렸는데, 머리 풀어헤친 여자가 천장에서 노려보며 네 이년 썩을 년 미친 년 하고 욕을 퍼부었다고 함. 신기하게도 그 귀신들은 나타나도 꼭 벽이나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만 소리를 지르고 욕을 뱉었다고 함. 알고 보니 얼마 전 엄마가 무당에게서 몰래 받은 부적을 이불 속에 넣어뒀던 게 이유였던 것 같다고 함. 그래도 밤마다 귀신들 욕설에 시달리며 점점 살이 빠지고 힘들어하자, 시골에서 절에 다니시는 외할머니가 내려오셨다고 함.


7 — 외할머니가 알려준 진짜 정체


외할머니는 무속인은 아니었지만 모양처럼 어릴 때부터 귀신을 자주 보셔서 절에 열심히 다니셨다고 함. 오시자마자 집을 둘러보시더니 에구에구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소금을 뿌리셨고, 한참 뒤 모양에게 집에 할머니 귀신, 애기 귀신, 처녀 귀신, 부부 귀신이 있다고 알려주셨다고 함. 다들 이 집에서 살다가 재수 없게 죽은 사람들이라 한이 많아서 집을 못 떠난다고 하셨고, 그나마 할머니 귀신이 착한 귀신이라며 새 부적을 하나 더 주시면서 항상 품에 넣고 다니라고 하셨다고 함. 그때부터는 정말 귀신이 안 보이게 됐다고 함. 다만 그 전까지 겪었던 무서운 일들이 남아서, 집에 가면 그 귀신들이 옆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괜찮지만 그때는 정말 집에 가기 싫었다고 했음.


8 — 근처 여고에 떠돈다는 소문까지


이 얘기 말고도 무속인 부르기 전까지 별별 일이 더 있었다는데 들은 지 오래돼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남. 그 얘기로 반에서 한동안 난리가 났었고, 수업 싫어하던 고3들 사이에서 모양 이야기가 재밌다고 선생님께 졸라서 수업 대신 그 얘기를 듣던 기억도 있음. 그러다 근처에 있는 다른 여고 얘기까지 나왔는데, 예전 공동묘지 있던 산을 허물고 지은 학교라 귀신이 자주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곳이었음. 그 학교 다니는 친구의 친구 반에서는 상의만 둥둥 떠다니고 하의는 없는 여고생 귀신이 배회한다는 얘기, 복도 창문으로 낯선 얼굴이 보인다는 얘기, 다 같이 뛰어가던 무리 중 처음 보는 애 하나가 뒷문 지날 때만 안 보인다는 얘기까지 돌았다고 함. 장마철만 되면 그런 해괴한 소문 때문에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함. 오랜만에 이런저런 글 읽다 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적어봤음.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편은 아니라 무섭게 전달됐을진 모르겠지만, 실제로 겪은 친구가 가까이 있으니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게 진짜 있나 싶어졌음.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로테이션 소개팅 후기, 다섯 번 만에 진짜 여자친구가 생겼다

편의점 야간 알바 후기, 결국 호신용 스프레이까지 챙기게 됐다

다단계 합숙 경험, 천만원 쓰고 밤에 몰래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