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갔다 오신 엄마가 가짜 택시에서 겪은 납치 미수 사건
엄마가 회식 갔다 오신 날 진짜 납치당할 뻔했던 이야기임
집전화로 이제 간다고 하신 뒤에 아홉 통쯤 더 전화가 왔는데 시간이 계속 이상하게 바뀌었음
세 시간 만에 들어오신 엄마가 멍한 얼굴로 화장 지우면서 납치당할 뻔했다고 하셨음
위장 택시 조수석에 있던 남자가 엄마 통화 내용에 반응까지 했다고 함
신호 걸렸을 때 차 문 열고 뛰쳐나와서 지나가던 진짜 택시 잡고 겨우 도망쳤다고 함
그날 이후로 엄마 회식 때마다 저도 못 잠
1 — 이상하게 계속 바뀌던 도착 예정 시간
저희 엄마가 회사 다니시면서 가끔 회식을 가시는데, 이번에도 회식한다고 밥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문자를 보내신 뒤 자리에서 술을 좀 많이 드신 모양이었음. 밤 11시쯤 집 전화로 엄마가 전화를 거셨는데, 지금 집에 가고 있고 50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셨음. 저는 엄마가 늦게 들어오시면 잠을 안 자고 기다리는 편이라 그날도 그러고 있었음. 근데 첫 전화 이후로 아홉 통쯤 전화를 더 받은 것 같음. 내용은 거의 똑같은데 시간만 조금씩 바뀌는 거였음. 50분 걸린다고 했다가 30분, 40분, 한 시간, 다시 30분 이런 식으로 계속 오락가락했음. 저는 그냥 엄마가 술 취해서 시간 계산을 잘못하시나 보다 하고 전화 올 때마다 알았어, 빨리 들어와 이 말만 반복했음. 그렇게 세 시간쯤 지나서야 엄마가 들어오셨는데, 표정이 완전히 멍했음.
2 — 화장 지우면서 꺼낸 한마디, 납치당할 뻔했어
들어오신 엄마는 저를 한 번 쳐다보시고는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서 씻고 나오셨음. 저는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짜증을 좀 냈는데, 엄마가 멍한 얼굴로 화장을 지우면서 엄마 납치당할 뻔한 것 같다고 하셨음. 처음엔 술 취해서 헛소리하시나 싶었는데, 이어서 겪으신 일을 들려주셨음. 그날 회식 장소가 좀 먼 곳이었고 술도 많이 드셔서, 버스를 타면 졸다가 정류장을 놓칠 것 같아서 택시를 타기로 하셨다고 함. 어느 사거리 비슷한 곳에서 손을 흔들고 서 계셨더니 차 한 대가 앞으로 와서 당연히 택시인 줄 알고 타셨다고 함. 근데 타고 나서 좀 정신을 차려보니 운전석에 한 명, 조수석에 한 명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되셨다고 함.
3 — 미터기도 없고 신분증도 없던 그 차
합승한다는 얘기를 듣지 못하고 탔으니 어이가 없어서 말을 하려던 참에, 백미러로 조수석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남자가 태연하게 아 깨셨어요 하고 말을 걸었다고 함. 그래서 엄마가 예 하고 둘러봤는데, 택시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미터기나 운전자 신분을 증명하는 종이 같은 게 전혀 없이 그냥 일반 승용차 내부 같았다고 함. 그때부터 낌새가 이상해서 저한테 전화를 하신 거였음. 처음엔 앞자리 사람들한테 본인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딸이 있다는 걸 알리려고 전화하신 거라고 함. 저랑 통화하면서도 앞사람들 눈치를 보며 얘기하셨는데, 통화를 끝내자 조수석 남자가 아줌마 저희 나쁜 사람 아니에요 라고 말했다고 함. 딸이랑 어디쯤이라고 통화한 것뿐인데 왜 저런 반응이 나오는지 싶어서 더 이상한 느낌이 드셨다고 함.
4 — 몇 분마다 걸려오던 전화, 눈치채지 못했던 저
그래서 엄마는 저한테 계속 지금 어디쯤이다, 몇 분 걸린다는 식으로 전화를 하면서 상황을 알리려고 하셨던 건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알았어 알았어 하고 끊기만 했으니 엄마는 답답하셨을 거임. 직접적으로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통화를 할수록 조수석 남자는 계속 불안한 모습으로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번갈아 봤고, 통화할 때는 백미러로 엄마를 계속 응시하며 인상을 썼다고 함. 엄마는 그 시선을 그대로 느끼셨다고 함. 그러다 신호등에 걸려서 차가 멈춘 순간, 엄마가 문을 잠금 풀고 바로 차 밖으로 뛰쳐나오셨음. 그때가 차선이 여러 개 있는 도로였다고 함.
5 — 지나가던 택시 잡고 겨우 도망친 순간
조수석에 있던 남자가 욕설을 내뱉으면서 따라 내려 뛰어오는 걸 보고 엄마는 진짜 소름 돋고 겁에 질려서, 그 차선에 서 있던 택시를 보고 달려가 살려달라고 문 좀 열어달라고 소리치셨다고 함. 다행히 택시기사님이 상황을 눈치채고 엄마를 태운 뒤 바로 출발하셨다고 함. 한참을 달리는데 백미러로 보니 그 차가 계속 쫓아오는 게 보여서, 기사님이 저 차 좀 따돌리고 갈 테니 요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지리를 잘 아는 분답게 결국 따돌리셨다고 함. 그렇게 집까지 데려다주시고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것까지 지켜보고 돌아가셨다고 함.
6 — 그날 이후로 달라진 것들
자려고 침대에 누워서 이 얘기를 듣는데 너무 소름 끼치고 무서운데 잠이 안 왔음. 지금 엄마가 납치당했으면 나는 어쩌고 있었을지, 바보같이 기다리고만 있는 동안 엄마는 어떻게 됐을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눈물이 났음. 엄마는 술에 취해서 그 얘기를 하시고는 금방 잠드셨는데, 저는 혼자 방에서 한참을 울다가 잠들었음. 그 이후론 진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고 다님. 그 이야기를 들은 것뿐인데도 저한테는 꽤 충격이 컸던 것 같음. 엄마가 조금만 귀가 시간을 안 지켜도 계속 불안해지고 어디냐고 계속 전화하게 됨. 가끔 회식 가시면 불안해서 잠도 안 오고 10분, 30분마다 통화하게 됨. 또 납치당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새벽까지 못 자고 기다리게 됨. 부모님이 맞벌이시거나 회식을 자주 가시는 분이라면, 혹은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조심하시라고 신신당부하고 싶음. 부모님이 혹시라도 이런 일 당하시지 않게 조심하시고 다들 효도하시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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