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직후 소개팅 어플에서 만난 여자, 알고보니 다단계였던 이야기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정말 외로웠던 시절이 있었음
그때 소개팅 어플 하나 깔고 만난 여자가 있었음
첫날부터 바로 만나자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나갔음
세 번째 만남에서 갑자기 다단계 얘기를 꺼내는거임
건물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실랑이를 벌였음
결국 지나가던 경찰 덕분에 겨우 빠져나왔음
1 — 전역 직후 외로움에 깔았던 소개팅 어플
전역하고 나니까 주변에 여자는 정말 친구인 여자 말고는 없었음. 군에 있는 동안 계속 솔로였어서 그런지 유독 외롭게 느껴졌음.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컴얼롱이라는 소개팅 어플을 깔게 됐음. 여자 목록이 쫙 뜨면서 맘에 드는 사람한테 말을 걸고, 답장 오는 사람들이랑 얘기를 주고받는 방식이었음. 당연히 처음부터 만나자는 사람은 거의 없었음. 이상한 사람도 많으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그중 한 여성분만 대화한 첫날 바로 만나도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거임. 게다가 꽤 미인인데다 성격도 괜찮아 보여서 바로 나갔음. 저보다 두 살 연상이었음.
2 — 첫 만남부터 세 번째 만남까지
만나서 카페에 가서 얘기를 나눴는데, 다른 여자들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 그 뒤로도 계속 호감을 갖고 연락하다가 다다음날 한 번 더 만났는데 그날도 그냥 카페만 갔음. 둘 다 밤에 보는데다 그냥 얘기하는 게 좋다고 해서 카페만 간 거였음. 그래도 맘에 드니까 그저 좋았고, 오랜만에 좀 설레기도 했음. 그리고 바로 세 번째 만남을 가졌는데 이번엔 강남에서 보자고 했음. 약속시간에 맞춰 강남으로 가던 중, 갑자기 그 누나가 약속 장소를 교대로 바꾸자고 했음. 강남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이유였음. 이상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그냥 사람 많은 걸 싫어하나보다 하고 넘겼음. 교대에서 만나서 역 근처 카페베네로 갔음. 이날은 카페에서 얘기하고 이따가 술을 마시기로 했던 날이었고, 분위기가 좋으면 고백까지 생각하고 있었음.
3 — 갑자기 시작된 다단계 이야기
카페에서 평소처럼 수다를 떨다가 슬슬 술자리로 옮길 타이밍이 돼서 언제 나갈 거냐고 물었음. 곧 나갈 거라면서 이어진 대화가 어쩌다 보니 자기 장래랑 일에 대한 얘기로만 유난히 흘러갔음. 원래 하던 일에 대한 불평을 하더니 이제 그만두고 부업으로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걸 한다고 했음. 아직 이 일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면서, 합법적인 것도 있고 불법인 것도 있으니 내가 알아야 주변 사람한테도 피해를 안 입힐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려 했음. 그러면서 미리 말 안 해서 미안하다며 근처에 자기가 일하는 곳이 있으니 잠깐 설명만 듣고 가라고 했음. 순간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그거구나 싶었음. 주변에서 하도 얘기를 많이 들은데다 원래 경계심이 심한 편이라 절대 갈 마음 없다고 하고, 술 먹을 거 아니면 그냥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니 그제야 알겠다며 술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음.
4 — 건물 앞에서 벌어진 한 시간의 실랑이
알아서 걸어가길래 술집이 맞냐고 물었더니 맞다면서 어느 골목으로 빠졌음. 조금 걷더니 어느 건물 앞에 서서 다시 그 얘기를 꺼냈음. 네트워크 마케팅 얘기는 당연히 듣지도 않았고, 듣기도 싫었고 추운데 계속 서 있는 게 짜증만 났음. 그렇게 그 건물 앞에서 한 시간 동안 서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건물에서 여자 한 명이 나오더니 그 누나랑 인사를 하고 이제 그 여자가 나한테 설명을 시작했음. 순식간에 2대 1 상황이 됐음. 어차피 딴생각하느라 귀에 들어오는 건 없었음. 반응이 꽤 냉담하고 싸가지 없었는데도 그렇게까지 친절하게 구는 걸 보니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꼬셔보려는 속셈이 너무 티가 났음. 결국 짜증이 나서 일단 알겠으니 그쪽은 올라가시라 하고 둘이 알아서 얘기하고 결정하겠다고 했음.
5 — 지나가던 경찰 덕분에 빠져나온 순간
그렇게 있다가 그 누나한테 이 근처에 경찰서가 있냐고 물어봤음. 바로 옆에 경찰서도 있고, 법원 근처에 이렇게 당당하게 자리 잡은 회사가 얼마나 떳떳한 곳이겠냐고 되받아쳤음. 그런 건 모르겠고 바로 옆에 경찰서가 있으면 직접 가서 경찰한테 물어보고 허락하면 그때 가겠다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했음. 바로 옆이라 해놓고 추운데 언제 갔다 오냐며 또 같은 얘기를 반복하려는 찰나에, 경찰이 단체로 일곱 명 정도 앞을 지나가는 게 보였음. 이때다 싶어 바로 달려가서 이 회사에 대해 아는 거 있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어봤음. 경찰이 뒤에 있던 그 누나를 힐끔 보더니 나를 구석으로 데려가서 조용히 말해줬음. 혹시 어플이나 이런 데서 여자 만나서 나온 거냐고, 저거 다단계가 맞다고, 저 사람들 끝까지 따라붙으니까 지금부터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역으로 가서 집에 가라고 했음. 그 말을 듣자마자 그 누나 얼굴도 안 보고 옆 샛길로 빠져서 역으로 빠르게 걸었음. 근데 갑자기 옆 골목에서 그 누나가 부르면서 다가왔음. 순간 좀 무섭기도 했음. 도망치지 말라고, 그 얘기 다신 안 할 테니 잠깐만 얘기하자고 애원해서 어쩔 수 없이 잠깐 들어줬음. 못 믿겠다고 계속 얘기했더니 진짜 좋아서 만나는 거라며 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고, 결국 그렇게 인사만 하고 헤어졌음. 집에 와서 그 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내 경험담이랑 똑같은 글들이 수두룩했고, 심지어 찜질방 얘기까지 나왔음. 찜질방으로 유도해서 짐을 못 가져가게 갈취한다는 글을 보고 진짜 큰일 날 뻔했다는 걸 알았음. 다단계 얘기 나오면 그냥 무시하고 집에 가면 된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맘에 드는 상대를 만나니까 그렇게 냉정하게 못 하고 몇 시간이나 실랑이를 벌인 게 지금 생각해도 후회됨. 어플이든 인터넷이든 이상한 데서 만난 사람인데 유독 예쁘장하다 싶으면, 초반에 확실히 확인부터 하고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느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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