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때 홍대 클럽에서 부비부비 하려다 겪은 반전 있는 하루
스무 살 때 춤에 완전히 미쳐있었던 시절이 있었음
팝핀까지 배워서 어디 가도 안 빠지는 춤 실력을 갖고 있었음
그때 꿈이 홍대 클럽 가서 부비부비 한번 해보는 거였음
춘천에서는 클럽이 작아서 그런지 다들 그런 걸 기피했었음
그래서 겨울에 친구랑 무작정 홍대로 상경했음
근데 거기서 진짜 잊지 못할 반전을 겪었음
1 — 스무 살, 춤에 미쳐서 무작정 떠난 홍대
12월 겨울, 낮에 출발해서 밤새 놀고 새벽차로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친구랑 홍대로 향했음. 그때는 버스에서부터 벌써 설레서 잠도 제대로 못 잤음. 춘천에서 아무리 춤 좀 춘다고 소문나봤자 결국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음. 날씨는 엄청 춥고 하늘은 맑았던 날이었음. 홍대에 도착했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아무 클럽에나 들어갔음. 처음엔 둘이 촌놈처럼 뻘쭘하게 서서 춤을 췄는데, 음악이 몸에 익으면서 점점 필이 오르기 시작했음. 그러다 서로 각자 놀기로 하고 흩어졌음. 나는 사람이 좀 비어있는 곳을 찾아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음. 그렇게 한참을 몰입해서 추다 보니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점점 붕 떠올랐음.
2 — VIP 구역 앞에서 쫄았던 순간
한참 춤추다가 목이 말라서 뭘 좀 마시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시 헤치고 나가기는 싫었음. 그래서 2층 쪽에 다른 길이 있는 것 같아서 그쪽으로 가봤음. 근데 거기 떡하니 서 있는 덩치 큰 직원이 뭐라고 말을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표정이랑 몇 마디로 대충 뜻은 알 수 있었음. 여기는 지나갈 수 없는 구역이라는 거였음. 순간 뭘 잘못 건드린 건가 싶어서 심장이 철렁했고, 괜히 시비라도 붙으면 오늘 계획 다 망친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했음. 나중에 알고 보니 VIP 전용 구역이라 아무나 못 가는 곳이었음. 괜히 겁먹은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려서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가서 춤을 췄음. 그때는 홍대 클럽 물이 이렇게 빡빡하구나 싶어서 나름 신기하기도 했음.
3 —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 그리고 반전
그렇게 다시 춤을 추는데 뒤에서 자꾸 뭔가 몸이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음. 남자면 진짜 별로일 텐데 싶어서 얼굴 보기가 좀 그래서 일단 발끝부터 슬쩍 봤음. 구두였음. 그럼 여자라는 뜻이었음. 순간 오늘 홍대 오길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몸이 점점 더 밀착되는 게 느껴졌음. 부비부비라는 걸 처음 해보는 거라 민망해서 많이 안 붙었는데 상대는 오히려 더 붙는 거였음. 이거 완전 제대로구나 싶어서 슬슬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음. 근데 그 순간 얼굴을 보고 나서 완전히 얼어붙었음. 내가 기대했던 이미지랑은 너무 다른 얼굴이었음.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음. 그 몇 초 사이에 오만 가지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고, 그동안 상상했던 홍대 클럽 로망이 순식간에 와장창 깨지는 기분이었음.
4 —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친구랑 짠 작전
당황한 나는 물 좀 먹고 오겠다며 조용히 돌아섰는데 그분이 계속 따라오는 거였음. 친구를 찾아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친구도 상황을 보더니 슬쩍 눈을 피하면서 발을 빼려고 했음. 그래서 둘이 급하게 작전 회의에 들어갔음. 술 먹으러 갈 거라고 둘러대면 될 줄 알았는데 같이 가자고 했고, 우리가 돈이 없다고 하니까 이번엔 자기가 사겠다고 나섰음. 결국 서로 니가 말해라 나는 못 하겠다 하면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내가 나서기로 했음. 오늘은 저희끼리 갈게요, 대신 번호 남기고 다음에 봐요 라고 최대한 예의 있게 말했더니 다행히 알겠다고 해줬음. 번호를 불러주는데 뒷자리 하나를 슬쩍 다르게 알려줬음.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분이 혹시 뒷번호를 하나하나 눌러보다가 내 진짜 번호로 연결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남. 그날 이후로 한동안은 홍대 클럽 얘기만 나오면 친구랑 둘이 그날 얘기부터 꺼내면서 한참을 웃곤 했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시절 아니면 겪어보지도 못했을 에피소드라 나름 재밌는 추억으로 남아있음. 춘천으로 돌아가는 새벽 버스 안에서 친구랑 둘이 오늘 진짜 살벌했다면서 계속 그 얘기만 반복했던 기억도 아직 생생함.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