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때 여자친구랑 갔던 모텔에서 겪은 소름 돋는 일 (feat. 자살귀)

 스무 살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경남 양산에서 겪은 진짜 이야기임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뒷머리가 쭈뼛 섬


네 살 많은 여자친구랑 늘 가던 모텔에서 겪은 일이었음


화장실 불이 꺼지더니 문고리에 낯선 염주가 걸려있었음


다음 날 과 동기가 대뜸 내 손목을 잡더니 소름 돋는 말을 했음


지금 생각해도 그날 하루가 통째로 소름임


1 — 데이트할 곳이 없어서 늘 가던 모텔


그 당시 나한텐 네 살 많은 여자친구가 있었음. 2000년대 초반 양산은 지금이랑 완전히 달라서 데이트할 데가 진짜 없었음. 술집 아니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았고, 여친이 새벽일을 하느라 새벽같이 나가는 사람이다 보니 저녁 먹고 나면 늘 가던 모텔로 가서 쉬는 게 거의 정해진 코스였음. 'ㅅ'으로 시작하는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함. 로드뷰로 찾아봐도 이제는 안 보이는 걸 보니 아마 없어진 것 같음. 사장님이랑도 안면이 터서 갈 때마다 늘 깨끗하고 좋은 방으로만 골라주셨던 기억이 남. 그날은 저녁 먹으면서 여친이랑 좀 투닥거렸음. 대단한 싸움은 아니었는데 그 미묘하게 차가운 공기 있잖음. 화해는 해야겠고 먼저 말은 안 떨어지고, 그렇게 어색한 상태 그대로 평소처럼 모텔 2층 방으로 들어갔음.


2 — 화장실 불이 꺼지고, 여친은 자고 있었음


방에 들어가서 난 씻으려고 화장실로 들어갔고 여친이 침대에 앉아서 TV를 켰음. 칫솔질을 막 시작하는데 갑자기 툭 하고 화장실 불이 꺼졌음. 찰나의 정적이 흐르는데 당연히 여친인 줄 알았음. 아까 싸운 게 미안해서 장난치면서 분위기 풀어보려는 건가 싶어서 일부러 퉁명스럽게 소리쳤음. 장난칠 기분 아니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불 켜라고. 근데 밖에서 아무 대답이 없었음. 불은 여전히 꺼진 상태였고, 진짜 장난치지 말라고 소리를 빽 지르면서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음. 근데 여친는 침대에 대자로 뻗어서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음.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서 흔들어 깨웠더니 진짜 자다 깬 얼굴로 어리둥절해하며 고새 잠들었냐고 되물었음. 벽에 있는 스위치를 보니까 분명히 꺼짐으로 내려가 있었음. 노후된 건물이라 접촉 불량인가 보다 하고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음.


3 — 문고리에 걸려있던 낯선 염주


볼일을 보려고 변기에 앉았는데 그 순간 문 안쪽 손잡이에 걸린 뭔가가 눈에 들어왔음. 오래된 나무 염주였음. 분명히 아까 양치할 때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 문고리는 동그란 모양에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잠기는 방식이었고, 그 동그란 목 밑에 누가 일부러 걸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염주가 딱 걸려 있었음. 그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솟고 온몸에 닭살이 돋았음. 볼일이고 뭐고 비명을 삼키면서 뛰쳐나와 여친한테 지금 당장 나가야 한다고, 제발 빨리 나가자고 소리쳤음. 내 사색이 된 얼굴이랑 내가 가리킨 염주를 보더니 여친 표정도 확 굳었음. 둘이 짐을 챙겨서 정신없이 복도로 나와 계단 쪽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아주 진한 향 냄새가 진동을 했음. 절에서 피우는 그 냄새였음. 여친도 냄새를 맡았는지 4월인데 벌써 모기향을 피웠나 하고 중얼거리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누가 뒷머리를 계속 잡아당기는 것처럼 쭈뼛거리는 기분이 가시질 않았음.


4 — 과 동기가 다짜고짜 내 손목을 잡았던 날


그렇게 찝찝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음.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과 체육대회가 있어서 학교에 갔음.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평소 말 한마디 안 해본 과 동기 여자애가 내 손목을 확 채는 거임. 걔네 엄마가 무당이라는 소문이 돌던 애였음. 걔가 내 눈을 빤히 보더니 다짜고짜 어제 어디 갔다 왔냐고 물었음. 말 한 마디 안 나눠본 애였는데도 나도 모르게 어제 일을 다 털어놨음. 내 얘기를 듣던 그 애 얼굴이 점점 하얘지더니, 붙어도 어지간히 독한 게 붙었다고, 이거 어쩔 거냐고, 자살귀라고 했음. 그 말을 듣는데 심장이 발밑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음. 다른 생각은 하나도 안 나고 그냥 걔 손을 붙들고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했음.


5 — 창문 열고 쑥을 태우라던 비방, 그리고 꿈


걔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하고는 일단 간단하게 비방을 알려줬음. 당장 집에 가서 창문을 다 열고, 창틀에 말린 쑥을 태워서 집안에 연기를 꽉 채우라고 했음. 그 뒤로도 뭘 더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남. 집에 오자마자 창문을 다 열었음. 4월의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오는데 그 바람을 맞고 있으니 이상하게 몸이 미친 듯이 무거워졌음. 베란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말린 쑥을 찾을 기운조차 없어서 그대로 소파에 쓰러져 잠들었음. 그런데 꿈속에서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 시커먼 바위 위에 내가 무릎을 꿇고 있었음. 내 앞에는 길고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가 서 있었고, 난 울면서 죽을 힘을 다해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음. 얼굴도 옷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냥 살려 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꿈이었음. 그러다 잠에서 깼는데 온몸이 식은땀으로 다 젖어 있고 몸을 움직일 힘도 없었음. 숨을 좀 고르고는 그대로 침대로 가서 다음 날 아침까지 죽은 듯이 잤음.


6 — 하루아침에 사라진 몸살 기운


다음 날 학교 복도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음. 나를 슬쩍 보더니 한마디 던지고 지나갔음. 좀 어떠냐고, 아직 완벽하게 떨어지진 않았는데 당분간 나한테 해코지는 안 할 테니까 일단은 그렇게 지내보라고 했음. 그 뒤로 신기하게 몸살 기운도 사라지고 아무 일 없는 일상이 이어졌음. 그때는 그냥 그게 끝인 줄 알았음.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그 방에 왜 하필 그날 염주가 걸려 있었는지, 화장실 불은 왜 꺼졌던 건지 여전히 설명이 안 됨. 오래된 모텔이나 낡은 건물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날 밤이 자꾸 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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