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때 동생이랑 시골 논길에서 마주쳤던 자전거 탄 여자, 15년 만에 들은 진짜 정체
10살 때 시골에서 겪었던 일인데 15년이 지나서야 진짜 정체를 알게 됐음
과자 하나 사먹으려면 자전거로 20분은 달려야 되는 그런 깡촌이었음
부모님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안 계신 밤, 4살 동생이랑 둘이 집을 보려니 무서웠음
늦은 밤 논길에서 자전거 탄 아주머니를 마주쳤는데 갑자기 입에서 쓴맛이 났음
집에 와서 그 얘길 꺼내자마자 할아버지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화를 내셨음
15년 뒤에 엄마한테 들은 진짜 사연은 상상도 못한 이야기였음
1 — 깡촌이었던 그 동네, 그리고 그날의 상황
동네 주민 한 분이 부업으로 구멍가게를 하셨는데 그마저도 모내기철이나 추수철엔 문을 닫아버려서, 과자 하나 사먹으려면 자전거로 20분은 달려야 되는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 그런 깡촌이었음. 그 일이 있었던 건 내가 10살 정도 되던 해 겨울이었음. 맞벌이하시던 부모님은 항상 저녁 늦게 오셨고, 그날따라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침 일찍 외출하셨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귀가를 안 하셨음. 그렇게 집엔 나랑 6살 차이 나는 동생 둘만 있게 됐음.
2 — 유난히 무서웠던 우리 집 구조
살던 집이 여느 시골집처럼 마당이 굉장히 큰 2층 주택이었는데, 실내 계단이 아니라 외부에서 옥상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야 하는 구조였음. 원래 2층은 월세를 줬었는데 마침 살던 사람이 이사 가면서 비어있는 상태였음. 집 안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안 쓰는 작은방이 하나 있었고, 할아버지가 공구나 농기구를 보관하시는 지하실까지 있었음. 예전에 호기심에 한번 들어갔다가 손가락만큼 두꺼운 지네를 본 뒤로는 지하실 출입구만 봐도 겁을 먹었음. 화장실도 밖에 있는 재래식 변소를 가야 했는데 마당 깊숙한 곳에 감나무 한 그루 옆에 있어서 낮에도 가기 꺼려질 정도였음. 그 시절엔 가로등도 변변찮아서 저녁이면 온 동네가 어두컴컴하고 쥐 죽은 듯 조용해졌는데, 그런 와중에 4살짜리 동생이랑 텅 빈 집을 보려니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음. 얼마 전 안방에서 불 끄고 아버지랑 같이 봤던 토요미스테리 극장이 생각나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음.
3 — 무서워서 동생 데리고 읍내로 나갔던 날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든 부모님이든 퇴근하실 때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음. 춥다고 안 나가겠다고 우기는 4살배기 동생을 과자 사준다고 꼬드겨서 내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는 데 성공했음. 20여 분을 달려 읍내로 나가 동생 먹을 과자를 사주고 나서도 시간이 많이 남길래 오락실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음.
4 — 오락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평소 부모님이 오락실 같은 덴 절대 못 가게 하셨어서 꽤 오랜만에 오락실엘 간 터였고,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었음. 돈이 다 떨어질 때쯤 문득 시계를 보니 저녁 9시가 넘어가고 있었음. 나랑 동생은 서너 시간을 정신없이 오락기를 붙잡고 있었던 거였음. 아직까지 오락에 빠져있던 동생을 보채서 자전거에 태우고 집을 향해 페달을 밟기 시작했음.
5 — 지름길로 택한 논길에서 마주친 자전거
10여 분을 달렸을까, 멀리서 불 켜진 우리 동네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고 집에 가면 심하게 혼나겠다 싶어서 급하게 페달을 밟았음. 조바심에 찻길을 따라 밟던 나는 중간에 평소 잘 안 다니던 논길로 자전거를 몰았음. 길이 좁고 비포장이라 덜컹거려도 그리로 가면 몇 분은 단축할 수 있었음. 급한 마음에 정신없이 페달을 밟던 내 시야에 맞은편에서도 자전거 한 대가 오고 있었음. 어두컴컴한 탓에 몇 미터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별이 안 됐음. 저쪽에서 우릴 먼저 발견했는지 따르릉따르릉 자전거 벨을 울렸고, 그 소리를 듣고서야 알아챘음. 이 길은 어차피 우리 동네로만 이어져 있었고 동네엔 내 동갑내기 친구 하나 말고는 애라곤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동네 어르신인가 싶어서 나랑 동생은 자전거에서 내려 논두렁 쪽에 바짝 붙여 세워서 맞은편 자전거가 지나가기 수월하도록 공간을 만들어줬음.
6 — 입 안에 퍼진 쓴맛과 사라진 자전거
잠시 후 자전거는 느릿느릿한 속도로 우리 옆을 지나갔는데, 어르신들이 뒷자리에 짐을 실을 때 쓰시는 그런 큰 자전거, 내가 타도 페달에 겨우 발이 닿을 정도로 큰 자전거였는데, 막상 운전하는 건 체구가 작은 아주머니였음. 워낙 어두워서 얼굴은 확인 못 했지만 일단은 동네 어른이다 싶어서 얼른 고개 숙여 인사를 했음. 하지만 자전거는 대꾸도 없이 지나갔고 이윽고 어둠 속에 묻혀서 형체도 안 보였음. 비포장 길이라 워낙 자전거가 컸기 때문에 어렴풋이 들리는 덜컹거리는 소리마저 이내 사라졌음. 동생한테 빨리 자전거 타라고 입을 연 순간 굉장히 쓴맛이 혀에 느껴졌음. 샴푸로 머리 감다 입에 샴푸가 들어갔을 때 느껴지던 그런 쓴맛 같았음. 뭐지 싶어서 오만상을 찌푸린 나랑 동생은 논두렁에 침을 퉤퉤 뱉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음.
7 — 집에 와서 그 얘기를 꺼내자 돌변한 할아버지
페달을 부지런히 밟아서 집에 도착하니 할아버지가 옥상 올라가는 계단에 서서 담배를 태우고 계셨음. 다행히 늦게까지 돌아다닌 걸로는 별말씀 안 하시고 빨리 가서 씻고 밥 먹자고 하셨음. 할아버지 할머니도 들어오신 지 얼마 안 되셨고 아직 식사 전이셔서 넷이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음. 그러다 문득 논길에서 마주쳤던 자전거 탄 아주머니 얘기가 생각나서 그 얘길 꺼냈음. 처음엔 별 반응 없이 듣던 할아버지가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점차 안색이 험악해지시더니, 쓴맛이 느껴졌고 아직까지도 입안이 쓰다는 얘기를 한 순간 할머니한테 밥상 당장 치우고 몽둥이 가져오라고 무섭게 소리치셨음. 평소 손자만 둘이라고 오냐오냐 키우시고 언성 한 번 안 높이시던 할아버지가 효자손으로 나랑 동생을 사정없이 때리셨음. 영문도 모르고 한참을 울면서 맞고 있는데 마침 부모님이 퇴근하고 오셔서 그 광경을 보시고 급하게 할아버지를 말리셨음. 아버지가 몸으로 막아서야 매질을 멈추신 할아버지는 나랑 동생을 무섭게 노려보며 마루에 나가서 손 들고 꿇어앉아 있으라고 소리치시고는 부모님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셨음. 잠시 후 나오신 아버지가 우리를 힐끗 보시며 읍내에서 뭐 한다고 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있었냐고 하시면서 꿀밤을 한 대씩 때리시고는 빨리 들어가서 자라고 하셨음.
8 — 새벽에 벌어진 소금 의식
그날따라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지라 피곤했던 나랑 동생은 금세 잠에 빠졌음. 얼마쯤 잤을까, 할머니가 조용히 방으로 건너오셔서 나랑 동생을 흔들어 깨우셨음.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새벽 2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음. 우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신 할머니는 대문 밖까지 나가서 우리가 대문을 등지고 서게 하시고는 팬티만 남기고 옷을 다 벗으라고 하셨음. 추운 한겨울 새벽에 동생이 춥다고 징징대자 할머니도 화를 버럭 내시면서 빨리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셨음. 바가지 한가득 가지고 나오신 소금을 한 줌씩 우리 몸 구석구석에 뿌리기 시작하셨고, 바가지가 텅 빌 때까지 뿌리시고는 바닥에 흩뿌려진 왕소금을 맨발로 밟으라고, 발바닥을 소금에 박박 문지르라고 하셨음.
9 — 15년 후, 엄마에게 들은 진짜 사연
그리고 별 탈 없이 약 15년이 흘렀음. 우리 집은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살던 동네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전체가 헐려서 빈 공터가 됐다가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중임. 할머니 할아버지도 2년 전쯤 세상을 떠나셨음. 어머니랑 둘이서 예전에 나랑 동생 어렸을 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득 그때 생각이 나서, 몇 년 전에 나랑 동생이 개 맞듯이 맞은 거 그거 왜 그런 거냐고 어머니께 여쭤봤음. 어머니는 너만 알고 있으라고, 동생은 안 그래도 여린 애라 혹시 충격받을 수도 있으니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시더니 얘기를 해주셨음. 아버지와 어머니가 막 결혼하셨을 당시 동네에 과수원 하던 집이 있었는데, 그 집 아주머니가 읍내에서 농약이나 모종 팔던 상점을 하던 홀아비 아저씨와 바람이 났었다고 함.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돼 눈이 돌아가버린 과수원 아저씨는 그날 아주머니를 미친 듯이 때렸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소동이 일자 낌새를 눈치챈 동네 주민들이 부랴부랴 아저씨를 뜯어말렸음. 과수원 아주머니는 그 틈을 타 맨발로 뛰쳐나가 며칠간 소식이 끊겼는데, 일주일쯤 지나서 동네에서 꽤 떨어진 공동 농기구 창고에서 시체로 발견됐다고 함. 아무도 그 아주머니가 거기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고 함.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했다는데 경찰 말로는 뛰쳐나온 그날 밤 사망한 것 같다고 했음. 과수원 아저씨는 장례식장에도 안 나타나고 남사스럽다고 집에만 있다가 어느 날 쥐도 새도 모르게 떠나버렸고, 동네 어르신들도 그런 일이 있었던 데다 자살한 사람 장례식장엔 안 가는 거라는 미신 때문인지 거의 아주머니 쪽 혈육들만 자리를 지켰다고 함.
10 — 논길에 떠돌던 소문과 마지막 쓴맛의 정체
몇 년이 지나 과수원은 관리가 안 돼서 나무들이 다 죽었고, 식구가 살던 집도 발길이 뚝 끊겨 마당이 잡초로 무성해져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흉가로 볼 만큼 망가졌다고 함. 그즈음 동네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는데, 읍내에서 장날에 한잔 걸치고 자전거나 걸어서 집으로 오는 길에 내가 그 아주머니를 마주쳤던 그 논길에서 과수원집 아주머니와 비슷한 행색의 여자를 봤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음. 처음엔 술 취한 노인네가 헛것을 봤네, 노망이 들었네 하고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어르신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해 진 밤엔 그 논길로 혼자 다니는 게 금기시됐다고 함. 할아버지도 직접 목격하진 않으셨지만 친한 동네 친구분이 그걸 겪고 놀라서 며칠을 집에서 끙끙 앓으셨던 터라, 그 길로 절대 밤에 혼자 다니지 말라고, 될 수 있으면 낮에도 가지 말라고 아버지와 어머니께 신신당부하셨다고 함. 그렇게 몇 년을 평화롭게 지내다가 나랑 동생이 그 여자를 만났다는 얘길 하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깜짝 놀라셨던 거였음. 원래 해 지기 전에 일찍 집에 들어와 있던 우리가 그 늦은 시간에 그 논길을 지나올 줄은 생각도 못 하셨던 거였음. 그래서 할머니는 우리가 자는 동안 동네 뒷산 절에 할아버지랑 다녀오셨고, 거기서 스님이 시키는 대로 소금을 우리에게 뿌리셨던 거였음.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그때 입을 벌렸을 때 쓴맛 나는 게 들어왔다고 한 거, 그것도 잘은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 하시면서 할아버지 친구분이 그 일을 겪고 며칠 앓으실 때 병문안 가셨는데 그 친구분도 같은 얘길 하셨다고 함. 한잔 걸치고 날도 춥고 해서 빨리 집에 가려고 그 논길로 걸어오다가 그 여자를 딱 마주쳤는데, 놀라서 숨을 헉 들이켰더니 입에서 쓴내가 진동을 했다고 함. 그게 꼭 농사지을 때 뿌리는 농약처럼, 맞바람이 불어서 입에 들어갔을 때 나는 그 쓴맛이었다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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