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유럽여행 후기 2편, 독일부터 이탈리아까지
유럽여행 두번째 이야기, 이번엔 독일부터 이탈리아까지임
베를린에서는 인종차별을 제대로 겪었고
프라하에서는 복대를 두고 갈뻔한 아찔한 일이 있었고
스위스에서는 말이 안 나올 정도의 절경을 봤고
이탈리아에서는 인생 최고의 인파를 경험했음
그래도 결국 좋은 기억으로 다 남은 여행이었음
1 — 베를린, 대놓고 겪은 인종차별
프라하로 넘어가기 위해 거쳐가는 길로 베를린에서 1박을 했는데, 도착해서 구경하러 나간 2시간 동안 온갖 인종차별과 깔보는 눈초리를 받으면서 걷다가 결국 열받아서 그냥 숙소로 들어와 버렸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도시가 됐음. 버스에서 기사한테 티켓을 살 수 있다고 해서 타면서 말을 걸었는데 대뜸 노잉글리시를 시전했음. 근데 뒤에 탄 다른 서양인한테는 영어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티켓 필요하냐고 물어봤음. 우리한테는 그냥 무시하길래 그냥 탔는데, 사람이 꽉 차서 앞쪽에 서 있었더니 그 광경을 본 다른 서양인들이 오히려 더 열받은 표정으로 우리한테 어디서 내리는지 친절하게 알려줬음. 콜라 사러 갔을 땐 직원이 비아냥거리며 쒜쒜 소리를 냈는데 그건 아무리 봐도 비웃는 거였음. 그래서 노차이니 하고 소리를 질러줬음. 다행히 다음 버스에서는 아주 친절한 기사님이 티켓을 줬음. 케밥 포장해달라고 했는데 못 알아듣길래 여차저차 포장은 받았는데 거스름돈 0.10유로를 옆으로 휙 던지면서 팁이라고 했음. 그래서 쿨하게 오케이 너 가져 하고 바이바이 하면서 가니까 오히려 당황한 표정을 짓던 그 남자들 표정이 아직도 웃김. 다음 날 프라하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에 맥날에서 버거를 주문했는데 옆에 있던 직원이 발음을 가지고 뒤편 직원들한테 대놓고 깔깔거리면서 웃었음. 순간 화가 확 올라왔는데 주문받던 직원이 독일어로 그 직원을 혼내는 것 같았고, 우리 눈치를 보면서 친절하게 응대해줘서 참았음. 그때 뭐라도 한마디 하지 못한 게 지금도 살짝 후회됨.
2 — 프라하·체스키크롬로프, 복대 두고 갈 뻔한 사건
프라하도 인종차별이랑 소매치기가 많다고 들어서 걱정하고 갔는데 오히려 아무 일도 없이 너무 좋았음. 개인적으로 사진은 프라하가 더 예쁘게 나오는 것 같은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가서 그런지 생각만큼 감동적이진 않았음. 오히려 당일치기로 다녀온 체스키크롬로프가 훨씬 예뻐서 숙박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았음. 그 전 며칠 동안 이동이 워낙 많아서 프라하에서는 좀 느긋하게 쉬면서 만족스럽게 여행하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넘어가려던 참이었는데, 기차 출발 10분 전에 한인민박에서 카톡이 왔음. 혹시 복대 두고 가신 거 아니냐고. 동생이 전날 베개 밑에 복대를 두고 그냥 나온 거였는데, 하필 그 안에 돈을 거의 다 넣어놔서 두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음. 다행히 기차 출발 전에 내려서 민박 사장님이 직접 기차역까지 갖다주셔서 받을 수 있었음. 그때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음. 다시 가장 빠른 열차표를 사면서 이번엔 진짜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다짐했음.
3 — 빈·할슈타트, 웃긴 호객과 인생 호수마을
빈에서는 한국말 하는 외국인을 꽤 많이 봤음. 어떤 궁전 같은 곳을 지나가는데 오페라 공연 티켓을 팔려고 호객하던 사람이 사랑해, 안녕, 귀엽다 이런 말을 하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어떤 한국 이름을 외쳤는데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하는 게 분명한데도 너무 웃겼음. 누가 알려준 건지 모르겠지만 그거 하나 외우고 계속 써먹고 있는 게 신기했음. 할슈타트는 정말 1박만 하기 아쉬울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예뻤음. 보트를 빌려서 호수를 한 바퀴 도는데 그 풍경이 진짜 좋았음. 숙소가 너무 비싸서 아쉽게도 1박만 하고 나왔음.
4 — 스위스, 말이 필요 없는 절경
스위스는 꼭 한번 가보라고 하고 싶음.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입이 떡 벌어짐. 하루에 산 두 개는 무리라는 말이 있는데도 그냥 해버렸음. 사진에 그 절경이 다 담기지가 않아서 너무 아쉬웠고 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음. 체르마트를 못 간 게 계속 아쉬웠고, 한 달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음. 근데 물가가 정말 후덜덜해서 전체 경비 중에 백만 원 가까이가 스위스에서만 나갔음. 원래 10일 일정으로 짰다가 비용 때문에 5일로 줄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괜히 줄인 것 같음.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기차 창밖만 봐도 계속 감탄만 나올 정도였음. 사실 스위스는 두 번째였는데 처음 갔을 땐 안개랑 비만 보고 왔었음. 이번에도 슈탄저호른 올라가는 2층 뚫린 케이블카를 탔는데 회색 안개만 보여서 저승 가는 길 같았음. 그날 리기산은 포기했고 인터라켄으로 넘어가면서도 비가 와서 속으로 이번에도 망했다 싶었음. 근데 다음 날 아침 이슬비가 내리길래 웹캠으로 날씨를 확인하면서 융프라우는 포기하고 피르스트로 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점점 좋아졌음.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경치 보고 마운틴카트랑 트로티바이크 타고 내려오는 코스가 있는데 꼭 타보라고 하고 싶음. 절경을 보면서 천천히 내려오니까 사고가 많다는 말이 무색하게 위험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음. 날씨가 좋아져서 융프라우까지 올라갔는데 개인적으로는 피르스트가 훨씬 좋았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 서서 사진 찍는데 그냥 껴서 찍고 사과도 없이 밀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없이 치이기만 했음. 반대로 피르스트는 한적하고 사람도 없어서 훨씬 여유롭고 예뻤음. 고산병약까지 챙겨갔는데 다행히 아무 증상 없이 멀쩡했음.
5 — 이탈리아, 극성수기의 베네치아·피렌체·로마
이탈리아는 성수기 중에서도 극성수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많았음. 예전에 5월 초에 왔을 땐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이번엔 길이 안 보일 정도였음. 관광지나 음식점 직원들이 이름이랑 전화번호 적힌 종이를 자꾸 나눠주면서 기다리라더니 나중에 전화하라고 하는 게 웃겼음. 개인적으로는 피렌체가 제일 좋았고,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보는 일몰은 꼭 챙겨 보라고 하고 싶음. 로마에서는 캐리어 바퀴 하나가 사라져서 일정 끝까지 그냥 끌고 다녔고, 동생 캐리어도 두 발밖에 못 움직여서 서로 두발이 세발이라고 부르면서 다녔음. 소매치기는 로마 버스에서 딱 한 번 봤는데 어린 여자애들이 일본인 관광객 크로스백을 노리고 있었고, 어떤 여자분이 이탈리아어로 크게 소리치면서 혼내자 그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뒤쪽에서 앞쪽으로 옮겨가는 걸 봤음. 예전에 갔을 때보다는 전체적으로 치안이 나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음. 유럽 건물들이 다 비슷해 보여도 나라마다 도시마다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서 다닐 때마다 신기했음. 두 번 다녀오면서 소매치기는 한 번도 당하지 않았는데, 미니 크로스백이랑 에코백만 들고 다니고 핸드폰은 다이소에서 파는 천원짜리 검은 줄을 달아서 손목이나 가방에 걸고 다닌 게 나름 도움이 됐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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