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많은 누나와 1년 연애, 헤어졌다 재회하기까지

 1년 사귀다가 결국 헤어졌던 적이 있음

네 살 많은 누나였고 동거까지 했었음

성격차이로 심하게 싸운 날 집에서 쫓겨나듯 나왔음

그 뒤로 삼주를 미친듯이 매달렸음

근데 어느 순간 화가 폭발해서 연락을 뚝 끊어봤음

그리고 딱 삼주 만에 다시 만나게 됐음

지금 생각해도 그 삼주가 내 인생 최고의 실험이었음


1 — 성격차이로 터진 싸움, 홧김에 나온 집


누나랑 나는 네 살 차이였고 사귀는 동안 동거를 했었음. 그러다 보니 성격차이로 마찰이 잦았고, 어떤 계기로 심하게 싸운 날 누나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서 나더러 집을 나가라고 했음. 나도 홧김에 짐을 싸서 그냥 집을 나왔음. 근데 그 다음날부터 바로 후회가 밀려오더라. 그때부터 거의 삼주를 매달렸음. 전화는 받지도 않고 카톡은 늘 읽씹이었고, 찾아간 것도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문전박대당하고 면전에서 이제 니가 싫다는 모진 소리를 들었음. 진짜 그 시기 내 심리 상태는 완전 바닥이었음.


2 — 삼주간의 매달림, 바닥까지 갔던 자존감


누나한테 카톡으로 미안하다 잘하겠다 했다가 두 시간 뒤엔 혼자 화가 나서 나도 이제 됐다며 다신 연락 안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가, 또 바로 후회하며 누나 아니면 안 되니 다시 돌아와달라고 사정하고, 그 다음날엔 또 화가 나서 나 같은 여자 만날 수 있을 것 같냐며 독설을 내뿜었음.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루에 카톡을 백 통 정도는 보냈던 것 같음. 미안하다 했다가 나쁜 사람이라고 욕하고 또 잘못했다며 빌고, 누나한테 보낸 카톡에 내 심리 상태가 그대로 다 드러났음. 하루에도 기분이 확확 바뀌더라. 희한하게 누난 내 전화는 차단했는데 카톡은 차단을 안 하더라. 하루에 진짜 수십 통씩 보냈었음.


3 — 폭발한 화, 그리고 내린 결심


그렇게 삼주를 매달렸는데도 꿈쩍도 안 했음. 그러다 한날은 정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음. 내가 이 정도로 잘못했나, 이 사람이 뭔데 나한테 이러지 싶은 마음에 카톡으로 누나가 나한테 이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누나가 너무 괘씸하고 남자가 생긴 건지 그래서 이런 건지 오만 생각이 다 든다, 결국 누나는 나쁜 사람이었구나 하는 카톡을 마지막으로 3주간 연락을 끊었음. 물론 저 카톡 보내기 한 시간 전엔 또 엄청 매달렸었음. 헤어진 사람들 글도 1년 전 것까지 다 찾아봤고, 결국 후폭풍이라는 걸 한번 이용해보자, 실험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삼주간 딱 연락을 안 해보기로 굳게 마음먹었음. 그 안에 연락이 안 오면 그냥 똥이라 생각하고 갖다버리자 싶었음.


4 — 딱 삼주 만에 보낸 카톡, 그리고 재회


그런데 딱 삼주 지난 밤에 비가 스멀스멀 오고, 방에서 혼자 노래를 듣다가 감수성에 젖어서 결국 누나한테 카톡을 보냈음. 이전에는 늘 매달리는 내용이었는데 그때 보낸 내용은 달랐음. 삼주간 많이 생각해봤는데 내가 누나의 그런 점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 인정한다, 누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근데 우리 분명 좋았던 순간들도 많았잖아,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된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편하게 누나 좋아하는 족발에 소주 한잔하자, 오랜만에 연락 달라는 내용으로 보냈음. 보내고 나서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x됐다 우짜면 좋노였음. 한 시간 뒤에 누나가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바로 답장은 안 왔고, 다시 헤어진 다음날로 돌아간 기분이었음. 근데 그 다음날 회사에서 일하는데 전화가 왔음. 족발에 소주 언제 먹을 거냐고. 내일이 주말이니까 내일 어떠냐고 했는데 오늘 저녁에 보자고 해서 그날 바로 만났음. 만나서는 정말 편한 누나 동생으로 술 한잔하고 수다도 떨면서 조금씩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했고, 그렇게 재회한 지 3주째임. 아직도 꿈만 같음.


5 — 재회하고 알게 된 진짜 이유


누나가 이제 와서 말해준 건, 헤어진 직후 내가 너무 매달리니까 좋았던 기억들마저 퇴색돼버리고 너무 스트레스였다는 거였음. 근데 카톡을 차단하지 않았던 건 그것마저 없으면 내 생각을 알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서였다고 함. 무슨 심보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내 심리를 카톡으로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고 하더라. 근데 그렇게 매달리던 애가 갑자기 3주 동안 연락을 안 하니까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허전함을 느꼈다고 했음. 내가 항상 찾아오고 연락하고 매달릴 땐 못 느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사라진 느낌이었다고. 연락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고 연락하기 직전까지 간 적도 많았다고 함. 술만 먹으면 내 생각이 났는데 그러던 찰나에 내 연락이 와서 내심 기뻤다고 했음. 이렇게 길게 쓰는 이유는 결국 단절, 그 공백기가 꼭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임. 매달렸든 안 매달렸든 상대방이 내 부재로 오는 허전함을 느끼게 하려면 서로 간의 단절이 필요하다고 봄. 물론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앎. 아침에 눈뜨면 일단 폰부터 보게 되고, 아무것도 안 와 있는 폰을 보면서 좌절하고 바로 그 사람 sns나 사진첩, 프사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됨. 출근길에는 괜히 이별 노래만 찾아 듣고, 그러다 결국 장문의 카톡을 또 보내게 됨. 회사에서는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그나마 회사에 있을 때가 좀 낫다는 걸 그때 알았음.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방에 처박혀서 헤어진 사람들 글만 보고, 괜히 이별 관련 검색만 하게 되고, 그나마 마음 편해지는 건 잠든 순간뿐이었음. 이 마음 다 앎. 나도 그때 진짜 이러다 미치겠다 싶었으니까. 근데 그 단절이란 게 정말 중요함. 그게 무조건 재회로 이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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