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유럽여행 후기 1편, 런던부터 암스테르담까지

 또 유럽 갔다 왔는데 진짜 별의별 일을 다 겪었음

런던은 두 번째인데도 여전히 너무 좋았고

파리에서는 새벽에 진짜 소름 돋는 일을 겪었음

벨기에 가기 전엔 겁먹고 갔는데 의외로 제일 편했고

암스테르담에서는 기차 하나 때문에 하루를 통째로 날렸음

지금 생각해도 파리에서 그 일은 아직도 소름 돋음


1 — 런던, 두 번째라 더 좋았던 신사의 나라


이번이 두 번째 런던이었는데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진짜 신사의 나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음. 계단에서 캐리어 들고 낑낑거리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이 도와줄까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캐리어를 들고 계단 위까지 올려줌. 너무 고마워서 땡큐땡큐 하면 씩 웃으면서 쿨하게 자기 갈 길 감. 입국심사도 다들 까다롭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나는 두 번 다 누가 봐도 관광객인 티가 났는지 어디서 묵는지 며칠 있는지 다음은 어디로 가는지 정도 초간단 질문 두세 개만 받고 쉽게 통과했음. 옥스퍼드는 기대했던 것보다 볼 게 별로 없어서 좀 아쉬웠고, 반대로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진짜 최고였음. 원래 덕후라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음. 기념품이 너무 예뻤는데 가격 보고 이건 예쁜 쓰레기야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참았음. 런던 브릿지는 낮에도 예쁘고 야경은 더 예뻤고, 세인트폴 대성당을 보고 나니까 그 뒤로 다른 성당들은 눈에 잘 안 들어올 정도였음.


2 — 파리 디즈니랜드, 그리고 자정 넘어 겪은 진짜 무서웠던 일


런던에서 파리로 넘어가면 딱 느껴지는 게 있음. 찌린내랑 분위기가 확 달라짐. 근데 예전에 한 번 안전하게 다녀온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너무 편하게 다녔던 것 같음. 디즈니랜드에서 밤 10시 반에 하는 일루미네이션을 보려고 앞자리에서 2시간을 기다렸는데, 혹시 갈 사람 있으면 진짜 꼭 보라고 하고 싶음. 20분 보려고 2시간 기다린 게 하나도 안 아까웠음. 다 보고 나오니까 11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고, 구글 지도를 믿고 파리리옹역으로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막차를 못 찾겠는 거임. 기차 타는 곳은 다 문이 닫혀 있고 버스만 있는 상황에서 직원한테 영어로 물어봐도 불어로만 대답했음. 그 와중에 동생 폰은 꺼지고 내 폰도 17퍼센트라 마음이 완전 급해졌음. 여차저차 탄 버스는 알고 보니 디즈니랜드 리조트만 도는 버스였고, 다 내리고 나서 폰이 꺼지기 직전에 기사한테 안 되는 영어로 호텔 사진 보여주면서 도와달라고 했더니 자기 집 가는 방향이라며 태워주겠다고 했음. 그때는 진짜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했음. 근데 가는 길에 자꾸 이상한 말을 하더니 결국 목적이 따로 있었던 거였음. 동생이 뒤에, 내가 앞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손을 잡고 다리를 만지려고 했음. 이미 새벽 1시가 넘었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떨궈질까 봐 세게 뿌리치지도 못하고 계속 노노 하면서 버텼음. 다행히 차에 충전기가 있어서 폰을 충전했고, 동생한테 폰을 줘서 GPS로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게 했음. 그 와중에도 불어로 계속 말을 걸어서 무서웠지만 못 알아듣는 척하면서 덜덜 떨었고, 결국엔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음. 예쁘게 남았어야 할 일루미네이션 추억이 저 일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소름 돋는 기억이 돼버렸음. 그날 숙소 침대에 누우면서 마트 직원이 했던 파리에서 공짜는 없다는 말이 계속 생각났음.


3 — 브뤼셀·브뤼헤, 쫄보가 된 채로 본 야경


파리에서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완전히 쫄보가 됐음. 벨기에 가기 전에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다짐하면서 치안이랑 주의할 점을 엄청 검색했는데, 인종차별이 심하고 치안도 안 좋다는 글이 많아서 걱정하면서 도착했음. 그때는 야경을 보려면 10시는 넘어야 해서 무서워서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랑플라스 야경은 진짜 보고 싶었기 때문에 결국 나갔음. 안 보고 갔으면 진짜 후회했을 것 같음. 막상 가보니까 생각보다 인종차별도 없었고 야경 보고 숙소 가는 길에도 위험을 느끼지 못했음. 음식도 다 성공적이었고, 벨기에 감자튀김은 정말 사랑이었음. 오줌싸개 동상은 기대했던 것보다 코딱지만 해서 깜짝 놀랐음.


4 — 암스테르담, 탈리스 기차 대참사


탈리스 기차는 진짜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음. 9시 기차를 타려고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30분 연착이라고 했음. 그래 뭐 1시간 정도는 괜찮다 생각했는데 1시간이 1시간 30분이 되고, 그다음엔 2시간이 됐음. 그쯤 되니까 슬슬 화가 났는데 그때라도 다른 기차로 바꿔달라고 했어야 했음. 결국 3시간이 돼서 데스크로 가서 안 되는 영어로 따졌지만 다음 열차도 그게 제일 빠른 거라 어쩔 수 없다고 했음. 그렇게 12시 넘어서 기차를 탔는데, 분명 직항을 예약했는데 로테르담에서 갈아타라고 해서 갈아타고 나서야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음. 숙소 도착하니 5시였고 하루를 통째로 날린 기분에 울 뻔했음. 원래 브뤼셀에서 암스테르담까지 2시간 정도면 가는 거리인데 그날은 7시간 넘게 걸렸음. 벨기에에서 만난 동행이랑 저녁을 먹으려고 스테이크 집에 갔는데 음식은 너무 맛있었지만 계산할 때 직원을 3~4번이나 불러도 안 오고 아예 쳐다도 안 봤음. 결국 손을 흔들면서 크게 체크 플리즈 해서야 계산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때부터 은근한 인종차별이 시작된 걸 느꼈음. 여행 다니면서 니하오는 기본으로 듣는 거라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음. 잔센스칸스 풍차마을은 진짜 예뻤고 날씨도 좋아서 동화 속에 들어간 기분이었음. 암스테르담 자체가 도시 전체가 그림 같아서 나중에 기회 되면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음. 그리고 신기했던 건 도시 자체가 굉장히 자유롭다는 점이었음. 성인용품점이 화장품 가게처럼 이곳저곳 널려 있었고, 성당 같은 곳 앞에 언니들이 대낮부터 동그랗게 앉아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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